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그렙을 떠나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안녕하세요, 백엔드개발자 김신건, Koa 입니다. 저는 2019년부터 함께한 그렙(Grepp)을 떠나,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랜 시간 인턴부터 정직원까지 쌓아온 경험과 애정이 깊은 회사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해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분명 쉽지 않았습니다. 이 결정이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그렙과의 지난 여정을 정리하면서, 저의 지난 발자취에 대해서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C 언어 하나로 바뀐 꿈
저는 개발자를 꿈꾸던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기계공학자를 꿈꾸었고, 기계나 로봇을 설계하고, 설계한 것이 실제로 움직이는 걸 보면 가슴이 뛰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기계를 아주 잘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런 고민을 품고 지내던 중, 고등학교(한민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C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C 언어 공부였지만, 코드업(CodeUp) 사이트의 기초 100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나, 이거 꽤 잘하는 것 같은데?”
라는 작은 자신감이 쌓인 후, 300문제, 400문제를 연달아 풀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정보선생님에게 찾아가 지금 당장 해야하는 공부에 댈해서 질문했습니다. 그렇게 알고리즘과 자료구조에도 본격적으로 입문했습니다. (그렇게 내신 성적은 점점 떨어졌지만요)
이때부터 여러 알고리즘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대회 참가자들에 비해 늦게 출발한 만큼 화려한 수상 성적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가끔씩 장려상이나 동상을 받았고, 그 경험들이 저에겐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대회 속에서 프로그래머스(Programmers) 사이트를 통해 대회가 진행되었는데,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바로 그렙
이라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다
고등학교 시절 학업 성적은 점점 떨어졌지만, 그동안 쌓아온 대회 수상 기록, 소논문 등으로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에 도전했습니다. 6개의 대학에 지원했지만 그 중 5개는 고배를 마셨고, 마지막 한 곳에서 극적으로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해, 1학년 1학기를 보내며 여러 수업을 들었고, 방학 시즌에 현장실습을 하면 학점과 인턴 월급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여러 회사에 지원했지만, 최종적으로 그렙의 알고리즘 콘텐츠 제작 인턴으로 합격하여 방학을 그렙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저와 그렙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입니다.
1학년 1학기 방학, 그렙에서 첫 인턴십
처음 회사로 출근하여,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온 게 실제로 이렇게 쓰이는구나!”
라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특히 제가 대회에서 사용했던 프로그래머스 서비스 내의 알고리즘 콘텐츠/문제들을 제작하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열심히 업무를 수행했고, 저 스스로의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그렙에서 인연을 이어가며, 2학년 1학기 방학 때까지 알고리즘 콘텐츠 제작자로 계속 근무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2학년 이후, 웹 개발로 시야를 넓히다
1학년에서 2학년 사이 기간 동안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내가 잘하는 건 알고리즘 문제 풀이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학년의 저는 알고리즘만 아는 코더였던거죠. 그냥 문제 풀이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깊게 하지 못하는. 굉장히 스스로 부끄러웠고, 발전이 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침 주변 지인들의 조언으로 웹 개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처음 웹 프레임워크와 프로젝트 구축 방법을 익혔습니다. 2학년 2학기가 끝나갈 즈음, “알고리즘 관련 말고, 웹 개발로 인턴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렙에서 개발 인턴으로 근무해볼 생각이 없는지 제안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그렙과의 인연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정직원으로 그렙에 합류, 그리고 군 복무
방학 인턴으로 웹 개발에 본격 뛰어들면서, 제가 실제로 사용하던 프로그래머스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게 된다는 점이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Ruby on Rails
를 처음 접했고, Vue.js
도 함께 다루면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양쪽을 모두 맛볼 수 있었습니다.
방학이 끝난 후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계속 학교를 다닐까, 아니면 휴학 후 정직원으로 일하며 더 빠르게 성장할까?” 고민 끝에 저는 그렙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2021년, 2022년에 걸쳐 채용사업부
의 개발자로서 프로그래머스 채용 서비스
와 비즈니스 서비스를 구축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점차 백엔드 분야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어 서버 쪽을 심도 있게 파고들면서, 개발자로서의 시야를 넓혀갔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에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바뀌면서, 저처럼 현역 판정인 사람은 산업체 복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결국 군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갑작스럽게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인생 계획이 어그러진 느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군대에서 조금이라도 휴식과 함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라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물론 자대 배치 이후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지만요. 군 복무 이야기)
전역 후, 다시 그렙으로 복직 … 그리고 또 한 번의 고민
군 복무를 마치고 2024년 7월, 다시 그렙에 복직했습니다. 이번에는 교육솔루션팀에 합류해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8개월 정도 근무하면서, 안정적인 루틴과 급여 덕분에 편안함을 느꼈지만, 그 편안함 한편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뭘까?”
라는 고민이 점점 커졌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데도 점차 흥미를 잃어가고, 동시에 사적인 프로젝트나 지식 탐구에도 예전 같은 열정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군대에 가기 전, “나는 성장하고 싶어!”라고 불타올랐던 그 마음이 어딘가 녹슬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고리즘만 아는 코더"
시절처럼 정체된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안정감만 쫓고 있으면, 결국 제자리걸음 아닌가?”
라는 생각과 후회감이 들었고, 이번에는 스스로를 다시 새로운 환경에 던져 몰아붙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25년 2월을 기점으로, 저는 그렙을 떠나 다시 대학으로 복학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교에서 좀 더 이론적인 공부를 보완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들에 집중해보고 싶습니다. 그 이후, 또 새로운 곳에 뛰어들어 가보고 싶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선택이 나중에 후회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성장을 택하겠다”
라는 다짐이, 오히려 저에겐 강력한 동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도약
저는 아직도, 계속해서 제 자신을 “부족한 개발자”
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잘하는 한 분야가 확고하게 잡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도 잠시 주춤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에 뛰어드는 것"
만큼은 잘한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저조차 훗날 후회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후회조차도 분명 저를 더 나은 길로 이끄는 "새로운 동기부여"
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렙에서 함께했던 동료들, 그리고 프로그래머스를 통해 만났던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려는 지금 이 순간"
이 훗날 제가 더 큰 성장을 할 시작점이 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